나 홀로 촛불집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처음으로 마음먹고 시작한 블로그.
따뜻한 이야기로 채워보고 싶어서 시작한 블로그.
무슨 얘기를 처음으로 쓸까 한 달 여를 고민하다가...

이 밤도 비와, 물대포와, 곤봉과, 방패와, 군홧발들에 둘러쌓여 밤을 지새울 촛불들을 위하여...
첫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촛불 집회의 현장으로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나도 또 하나의 촛불을 밝히고 싶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갈 수가 없어서,
답답한 심정으로 거실-이라고 하기엔 4걸음으로 왕복 가능한 좁은 공간-을 왔다 갔다 했더니 아내 왈.
"정신 없어요. 좀 앉아요. 그런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지. 갈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앉아서 가만히 있을 수도 없잖아...라고 속으로 되내이다가,
한 가지 생각이 났습니다.

나 홀로 촛불시위.
그 장소에 함께 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담아서 베란다에 촛불을 켜 놓았습니다.
아내, 22개월된 아들, 그리고 저를 위한 세개의 촛불.
아무도 알아줄 리 없겠지만,
누군가는 3층 베란다에 밝혀놓은 촛불을 보며
현재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촛불 집회를 연상할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어쩌면, 오늘 밤 그분의 베란다에도 촛불 몇개가 세워질지도 모르지요.

시대의 아픔에 동참하는 것.
잃어버린 공평함과 정의를 되찾는 것.
약한 자의 손을 잡아 일으켜 주는 것.
모두의 유익을 위해 고생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후일 그들의 고생으로 모두가 유익을 얻을 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 유익을 공짜로 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리고 내 자신과 가족들과,
내가 가진 믿음과 그 믿음의 주인에게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
행함이 있는 믿음을 소유하는 것.
그리고 행해야 할 때와 행치 말아야 할 때를 아는 지혜를 가지는 것.
그것을 위해 주위를 둘러보고,
귀를 기울이고,
입을 여는 성실함을 항상 견지하는 것.

이런 거창한 소망을 다 비추기에는 너무 작고 초라하며 미미한 불빛.
그러나 작은 불꽃이 언젠가 큰 불로 번져나갈 것을 기대하며,
오늘은 우리집 베란다에, 그리고 나의 마음에 작은 불꽃을 피우렵니다.
그러나 장소가 틀릴지언정, 이 세개의 촛불은 지금 시청광장에 함께 있는 것이며,
나의 마음은 그분들과 함께 있습니다.

"내가 너희 절기를 미워하여 멸시하며 너희 성회들을 기뻐하지 아니하나니
너희가 내게 번제나 소제를 드릴지라도 내가 받지 아니할 것이요 너희 살진 희생의
화목제도 내가 돌아보지 아니하리라
네 노래 소리를 내 앞에서 그칠지어다 네 비파 소리도 내가 듣지 아니하리라
오직 공법(Justice)을 물(river) 같이, 정의(Righteousness)를 하수(stream) 같이 흘릴지로다"
-성경 아모스서 5:21~24-


하나님은 공법과 정의없는 삶, 사회, 개인, 공동체의 예배와 그와 관련된 종교적 행위를
당신을 기만하는 가증스런 것으로 여기실 뿐이며, 그것들을 받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기독교인인 제가 '촛불'을 밝히는 이유이며,
이명박 대통령이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더욱 안타깝게 여기는 이유이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입니다.
저는 내일부터 일주일간 매일 아침 금식기도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나라에 공법과 정의가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위에 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실현되게 해달라고.
오늘도 촛불을 드는 모든 이들의 마음과, 현장에 샬롬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샬롬!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1 Comment 2
prev 1 next